MyMind
신비한 심리사전 목록
진성오의 신비한 심리사전

“소모되는 남자들”

푸틴과 젤렌스키에게 전하고 싶은 말

2026년 7월 26일
“소모되는 남자들”

“소모되는 남자들”

진화심리학 이론 중에 '남성 소모성 가설(Male Expendability Hypothesis)'이란 개념이 있다. 이 이론은 인류 집단이 생존하고 번성하기 위해 개별 남성을 여성보다 더 '소모 가능한' 자원으로 취급해왔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 이론은 깊이 보면 생물학적 번식 가능성에 근거한다. 숫컷이라고 표현하면 좀 동물학적인 느낌이 있어 순화 시켜 표현해서 소수의 건강한 남성만으로도 다수의 여성을 임신시켜 다음 세대를 이어갈 수 있지만, 여성의 수는 집단의 재생산 능력에 직접적인 한계를 설정하기 때문에 집단의 관점에서 볼 때, 위험한 임무 수행 중 남성 개체를 잃는 비용은 여성 개체를 잃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다는 이론이다. 남자들에게는 참 화날만한 이론이기도 할 것 같다. 학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 가설은 어떤 도덕적 판단이라기보다는, 역사와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특정 패턴을 설명하려는 시도에 가깝다고도 볼 수 있다. 사회는 남성, 특히 젊은 남성에게 사냥, 탐험, 그리고 전쟁과 같은 '고위험 고보상'의 역할을 부여하는 경향을 보여왔다고 본다. 그래서 이러한 사회적 압력은 남성 심리에 깊은 흔적을 남겨, 경쟁심, 명예욕, 위험 감수 행동을 부추기는 기제로 작용하는 것으로 본다. 영웅이 되거나, 혹은 낙오자가 되거나의 이분법적 압박 속에서 젊은 남성들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무거운 심리적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 이는 때로 자신의 생명마저 담보로 잡는 무모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왔다. 고대의 부족 전쟁부터 현대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이르기까지, 전선의 가장 앞에서 총알받이가 되는 이들은 대부분 20대 전후의 젊은 남성들이다. "전쟁은 전장에서 멀리 떨어진 늙은이들이 시작하고, 정작 전장에서는 젊은이들이 죽어간다"는 씁쓸한 격언은 이 가설을 관통하는 통찰이다. 진화생물학자 로버트 트리버스(Robert Trivers)의 '부모 투자 이론'에 따르면, 자손에게 더 적은 자원을 투자하는 성(性)이 짝을 얻기 위해 더 치열하게 경쟁하고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데, 이것이 남성 소모성의 생물학적 뿌리로 지목되기도 한다. 현대 사회에서 남성 소모성은 전쟁터에서만 발견되는 현상이 아니다. 소방관, 경찰, 건설 노동자, 원양어선 선원 등 신체적 위험도가 높은 직업군 대다수를 남성이 차지하는 통계는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근거가 된다. 물리적 소모뿐만 아니라, 경제적 성공과 사회적 지위를 향한 무한 경쟁 속에서 좌절하고 심리적으로 소진되는 '사회적 소모' 역시 간과할 수 없다. 특히 20대 남성들이 느끼는 박탈감과 무력감은, 어쩌면 진화의 역사 속에서 새겨진 '증명하고 희생하라'는 오래된 각본의 현대적 변주일지도 모른다. 이런 측면을 한국의 20대와 30대 남성들이 가지는 박탈감, 그리고 여성 혐오와 페미니즘 논쟁을 바라보면 일면 이해되고 보이는 부분도 있는 것같다. 위에 언급한 트레비스의 이론을 빌려서 말하면 20대 혹은 젊은 남성들의 경쟁자는 다른 20대나 30대가 아니라 영포티 혹은 늙은 권력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좀 극단적인 비유지만 마치 로마 제국의 늙은 원로원들이 제국을 형성하기 위한 전쟁에 20대와 30대들의 남자들을 동원하여 소모시키면서 빈 자리로 생긴 노동력의 빈곤을 틈타 가난해진 그들의 부모와 가족들의 땅과 농장을 싸게 사들이고 노예로 만들고 젊고 어린 여성들을 소유한 것과 같은 그래서 혈기 왕성한 그들의 분노를 약간의 소금과 빵과 포도주 그리고 몇만명이-몇십만명이라고도 하는- 목욕탕 시설을 만들어 잠재웠떤 역사적 사실과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완벽한 사실은 아니지만 왜 청년들이 연예를 하지 않는지 그리고 그들이 왜 여성혐오에 빠지는지에 대한 아주 진화론적인 설명이다. 인류는 문명을 지키고 공동체를 수호하기 위해 가장 용감한 이들을 기려왔다. 우리는 그들을 '영웅'이라 부르며 무명용사의 탑을 세운다. 하지만 그 영웅이라는 이름 뒤에는, 한 개인이 집단을 위해 '소모'되어도 좋다는 사회적 합의가 서늘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한 사회가 개인에게 부여하는 가장 큰 영광은, 역설적이게도 그의 대체 가능성을 인정하는 행위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몇일 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서 공식적으로 40만명의 러시아 군인이 전장에서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6.25전쟁과 1차대전, 2대전에서 사라진 젊은 청년들이 떠올랐다.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30대 이상의 남자가 전쟁을 하자고 선동하면 그자가 범인이라고, 그리고 그를 전장으로 먼저 보내라고...